728x90 반응형 분류 전체보기443 새벽 비 새벽 비사뿐사뿐울 엄마 오셨는가?자식 걱정에 새벽부터 오셨는가?더운밥 먹이려달그락 달그락새벽밥 지으려 오셨는가?나무 타는 소리도무쇠솥 김 소리도길게도 참는기침 소리도깊은 동굴 속물방울 소리처럼빈 가슴속에 번지는그리운 소리.사뿐사뿐울 엄마 가시는가?다음엘랑자식 걱정 말고 오소.by J.J.시작노트 : 싱가포르 생활을 하면서 새벽에 비가 많았다. 새벽비 소리에 옛 그리움이 밀려온다. 2023. 10. 27. 용서 그 옛날 산골 부모님은 벌통을 끔찍이도 다루셨다.그도 그런 것이 산골에서 농사 이외는 수입원이 많지 않았다.늦가을에 수확하여 겨울 동안 서울로 팔아 생계에 보탰다.그러던 어느 해, 산에 놓은 벌통 몇 개가 사라졌다.아버지는 무척 당황해하셨다.마을 사람들이 산 너머 마을까지 찾아봐 주었지만 없었다.부모님은 밤마다 잃어버린 벌통 생각에 심기가 불편해 있었다.그리고 수 주일이 지났을 때였다.부모님은 먼 마을 사람으로부터 벌통이 있는 곳을 알아내셨다.아버지는 옆집 아저씨와 한 걸음에 그곳으로 달려가셨다.그리고 잃어버린 벌통을 찾아오셨다.동네 사람들은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난리가 났다.그런데 부모님은 찾았으면 됐다고 고집을 굽히지 않으셨다.또 수일이 지났다.집 마루에 콩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아버진 아마도 벌.. 2023. 10. 26. 출근길 출근길지하철 의자에코 고는 아저씨,허름한 옷차림코 고는 아저씨 드르렁 드르렁코 고는 소리와덜커덩 덜커덩기차 가는 소리 교향악을 울리다가, 드르렁 ᆢ커거 컥ᆢ숨넘어가는 소리에눈과 귀가 쏠리는데, "다음 정차할 역은안국, 안국역입니다." by J.J. 시작노트 : 도심에서 피곤함에 지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2023. 10. 26. 자본주의, 땅 산골에서 땅은 자본주의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과거 산골 마을에 살 때는 경계선이 모호했다. 일제강점기에 측량하고 오랜 기간 그냥 농사를 지으니 자기 땅이려니 생각했다. 아버지가 유산으로 물려주신 땅은 넓은 논이었다. 그건 동네에서 1필지로서는 가장 큰 땅이었다. 지금부터 40년 전이고 당시 100만원에 구입한 걸로 기억한다.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나는 서울로 상경해서 학교를 다닐 때였다. 동네 이장이 연락이 왔는데 시골에 도로가 난다고 했다. 그런데, 그 땅이 절반 가까이 도로로 들어간다고 했다. 이후 보상을 받으라는 시청의 우편을 받고 시골로 내려갔다. 그때 측량된 내 땅을 보니 실제 농사지을 때의 땅하고는 좀 차이가 있었다. 도로가 면적의 40%나 들어간다고 했다. 아직 아.. 2023. 10. 25. 엄마 김치 엄마 김치식탁에 올라온 김치,매년 먹던 엄마 김치가 아니다.온갖 양념 들지 않아도소금에 살짝 절여뚝딱 손맛을 넣은 엄마 김치.늘 부족하다며듬뿍 듬뿍 담아 주시던 엄마 김치.이젠 수고 아니하셔도걱정 아니하셔도식탁에 올라온 김치.그리움에 고개 숙이는 나에게아내가 궁금한지 물어 본다."왜? 김치 맛 없어?"by J.J.시작노트 : 장모님이 해 주시는 김치만 먹다가 이제 아내가 김치를 담가야 했다. 2023. 10. 24. 충주호 낚시터에서 충주호 낚시터단풍 고은 충주호엔그리움이 가라앉아 있다. 길게 늘인 낚싯대어둠이 둘러치자풀벌레 소리만 요란하고. 산등성이 달이 오르면호수엔 그리움이 슬며시 올라온다. 호수 밑 흐르는 남한강뱃사공 금빛 노래아이들 은빛 소리귓가에 아련하고. 등성이 넘는 달이손톱만 해지는 순간,길게 드리운 낚싯대는연신 호수로, 하늘로 뛰어들고, 마치, 가라앉는 그리움을 억지로 끌어올리려는 듯. 단풍 고운 충주호엔 애달픔도 가라앉아 있다.by J.J.시작노트 : 충주댐으로 인해 수몰된 유년시절의 놀이터와 기억이 늘 잠겨 있다. 2023. 10. 23. 짝사랑 짝사랑슬그머니마음속 들어와싹 틔우더니,어느 순간온몸으로 가지 뻗어,몸부림치면 칠수록,더욱 아프고더욱 상처 입어,눈도 귀도 멀어진다.절망에 빠진순간,그제야,아무 말 없이슬그머니 빠져나간다.by J.J.시작노트 : 젊은 날의 사랑은 애닯지만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 2023. 10. 21. 우리 엄마 우리 엄마아내가 저녁상 차리다울음을 터뜨린다."우리 엄마 좋아했던 김치찌개인데..."아내가 과일을 깎다또 울음을 터뜨린다."우리 엄마 좋아했던 감인데..."아내가 베갯잇 갈다또 울음을 터뜨린다."우리 엄마 좋아했던 삼베인데..."30년 전 하늘 가신 우리 엄마는기억에 가물가물 한데난 눈물이 안 나는데...BY J.J.시작노트 : 장모님이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내의 그리움이 더한다. 2023. 10. 19. 사랑하는 누이, 복숭아 꽃 복숭아 꽃올해도, 올해도누이 기다리는복숭아 꽃은,하늘 간 누이기다리는복숭아 꽃은,수풀 우거져나무 보이지 않고칡넝쿨세월처럼지붕 되어,그래도, 그래도미련 남아,살며시 내민누이 볼 같은복숭아 꽃.BY J.J.시작노트 : 매년 복숭아꽃이 필 때면 과수원을 했던 돌아가신 누이가 생각난다. 2023. 10. 18. 소풍 지금은 소풍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는다.체험학습이라고 불린다.어린 시절 소풍은 아이들에겐 큰 행사였다.보통 계곡이나 강가로 소풍을 갔다.소풍을 가게 되면 특별한 도시락을 싸 주셨다.평소에 잘 못 먹는 김밥을 말아 주셨다.평소에는 보리밥이 많이 들어간 밥을 먹었다.그런데 김밥에도 완전한 쌀밥으로만 싸는 게 아니었다.그래서 김밥이 단단하지 못했다.소풍을 가서 밥 먹을 시간이 되면 괜스레 멀리 떨어져 먹었다.아이들이 놀리기 때문이었다.옆구리가 터진 김밥은 젓가락으로 먹기에도 버거웠다.엄마는 그것도 모르시고 선생님 도시락까지 싸 주셨다.선생님 도시락은 아예 내놓지도 못했다.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몰래 선생님 도시락도 먹었다.엄마는 빈 도시락 두 개를 보시고 아무 말씀은 안 하셨다.다음날 평소와 같이 학교.. 2023. 10. 17. 검정 고무신 내가 태어난 곳은 동시대에 가장 낙후된 곳이라 생각된다. 산골에서 가는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는 멀고도 멀었다. 시냇물을 몇 번을 건너야 하고 산모퉁이를 몇 번을 돌아야 겨우 도착했다.산골의 삶은 항상 가난했다. 마을이 화전민으로 구성되다 보니 넉넉한 생활을 하는 집이 없었다.봄이 되면 산에 불을 놓아 밭을 일구고 감자나 고구마를 심었다. 밥은 감자와 보리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감자의 비율이 월등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감자는 밥그릇 안에서 돌아다녔다.그래도 엄마, 아버지가 있고 밥 숟가락이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학교 다니는 동안은 늘 배가 고팠다. 봄이면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기도 했는데 진달래꽃은 주식이었다.아이들은 책가방이 없었다. 보자기로 책을 둘둘 말아 어깨에 메고 다녔다. 신발은 대부분 고.. 2023. 10. 15. 이전 1 ··· 34 35 36 37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