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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감성이 녹아드는 불멍

by 미공대아빠 2023.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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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멍"

 

어린 시절 산골 마을에 
겨울이 오면 땔감을 모으느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산으로 갔다.  
죽은 소나무를 발견할 때면 
횡재를 만난 듯이 기뻐하기도 했다.  
그것을 잘라 지게에 지고 내려오거나 
아이들은 일손이라도 덜려고 
몇 개 주워서 집으로 온 기억이 난다.  
통 큰 나무는 톱으로 잘라 
도끼로 장작을 만들어 수북하게 
쌓아 놓으면 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보통 소죽을 끓이는 
일을 많이 했다.  
볏짚과 마른풀을 썰어 큰 솥단지에 
물을 부은 후 불을 지핀다. 
한참을 끊이는 동안 차가운 발을 
녹이느라 아궁이에 바짝 다가가서 
있노라면 깜박할 사이에 양말에 
구멍이 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엄마는 야단을 치시면서도 
실로 꿰매어 주셨다. 
그건 그나마 신을 만했는데 
구멍이 넓거나 바닥이 타면 
못쓰는 헝겊으로 덧붙여 
수리를 해 주셨다.  
이건 멀리서 보아도 알아볼 수 
있는 색깔이 다른 양말이었다. 
창피해서 엄마한테 짜증을 부린 
적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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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지인의 초청으로 놀러 간 

곳에 우리를 위해 난로를 피워 

주셨다.  불멍을 하고 있노라니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가난했지만 행복

했던 시절이 많이 떠올랐다.  
지금 먹을 거 입을 거 풍요로운 

세상에 부모님이 좀 더 사셨으면 

좋았을 텐데.   
오랜 세월이 흘러도 생각나는 건  
엄마에게 짜증을 낸 나의 양심 때문

일까? 

'엄마, 그때 양말로 짜증을 낸 것, 
 미안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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