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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산골 친구 상준이

by 미공대아빠 2023.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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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상준이는 시골에서 나와 가장 
가까이 살았다.

친구 상준이는 초등 6학년 때까지 
노란 코가 입에 달락 말락 할 때까지 

참다가 순식간에 노란 코를 흡입했는데 
목으로 넘어갔는지 
바로 다시 나오지 않았다. 
손수건이나 휴지가 필요 없었다. 
가끔 잔여물은 옷소매로 해결했다.

친구 상준이는 힘이 장사였다. 
초등학교 때 이미 경운기를 자유자재로 

몰았다.  중학교 때에는 경운기 머리를 

들어 장작으로 고인 후 농사용 바퀴로 

교체하곤 했다. 
한때는 경운기를 세게 달리다 잘못해서 
길가 3미터 아래의 논으로 경착륙

하기도 했다.  그래도 살았다.

친구 상준이는 고등학교를 다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었다. 
농사의 달인이 되어 동네 농사는 
혼자서 다 하는 듯했다. 
큰 밭에는 큰 창고를 지었다. 
새색시는 중국을 들락거리더니 보쌈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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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상준이는 어느 날 혼자가 되었다. 
색시가 딸을 데리고 중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밤낮 술에 당뇨가 화근이 되었다. 
가끔 병원에도 실려갔다. 
힘이 장사인 그가 점점 약해져 갔다. 
몸도 마음도.

친구 상준이는 내가 시골에 놀러 간 날 
제일 좋은 수탉을 잡아 삶아 주었다. 
머리털이 많이 빠지고 이빨도 빠져서 
모자도 쓰고 말도 잘 안 했다. 
그저 소년의 마음만 남아 있었다.

친구 상준이는 내가 해외에 있을 때 
당뇨 쇼크로 병원에 입원을 했고 
두 달을 버티지 못하고 먼저 갔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시골에 갔을 때 
상준이 집을 얼핏 보았는데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다. 

친구 상준이는 나와 가장 먼 곳에 있는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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