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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일할 때 한국 봉사 단체와
함께 필리핀 원주민 아이따족 봉사를
몇 번 갈 기회가 있었다.
아이따족은 피나투보 화산 폭발 때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래도 일부가 모여 아직도
피나투보산에 살고 있었다.
생활여건이야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열악했다.
한 번은 태양광 설치 위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마을 공터 나무에 몇 개 설치하고
주민들 집에 달으려고 각자 흩어졌다.
그리고 난 이 세상에서 가장
심플한 집에 도착했다.
사람 키만 한 기둥 네 개에
지붕은 바나나 잎으로 덮여있고,
갓난아이 한 명의 단출한 세 식구와
밥 하는 냄비 하나.
난 손짓으로 설치 장소를 물었다.
네 기둥 중 제일 굵은 쪽을 가리킨다.
그러면서 유난히 수줍어했다.
다 설치가 끝났나고 몇 발작 물러서
작품을 감상하는데 웃으면 안 되는데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설치해 놓고 보니 문명과 자연의
완전한 비조화. 그도 그의 아내도
나의 생각을 알았는지
같이 한바탕 웃어 주었다.
내가 그보다 더 가졌다고 봉사하는 것
아니고 그가 아주 못 가져서
봉사를 원한 것 아니고
그 순간에 스치고 간 나와 그의 가족
사이 오묘한 텔레파시만이 진실일 뿐.
바로 이 맛 때문에 봉사를 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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