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올라와 학교를 다니면서
혼자서 학비를 마련해야 했다.
아르바이트도 많이 하고,
과외도 하고, 학과
사무실에서 일도 하고,
다음 학비가 안 되면
휴학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누님 집에 살면서
그나마 처지가 좀 나았지만
비슷하게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
몇 명은 자취까지 하면서
어렵게 학교를 다녔다.
그 당시 정치 상황은
군사 정권으로 새로운 자유민주
물결이 밀려오고 있을 때였다.
또한 젊은 날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에서 방황하는 친구들은
삼삼오오 모여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며
서로를 위로하곤 했다.
나를 포함한 가난한 유학생들이
소주나 막걸리를 마셔도
술안주를 충분히
주문하지 못했다.
그것을 잘 아는 주점
사장님들은 가끔
덤을 주기도 했다.
그럴라치면 미안한 마음에
막걸리라도 한 병 더
주문하곤 했는데
초여름 그날은 친구들이
과하게 마셨다.
다들 정신을 차리고 주
점에서 나와
각자 집으로 향했다.
난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야 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겨우겨우 집에 도착했다.
다음날 아침 수업을
들어야 해서 알람을 맞추고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픈 머리를 감싸고 일어나
다시 지하철로 향해야 했다.
도착역에서 표를 넣고 나와서
계단을 막 오르는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은데
계단에 앉아 벽에
기대고 자고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어제 늦게까지
같이 술 마 신 친구였다.
그런데 친구가 앉아 자고 있는
앞을 보고 깜짝 놀랐다.
거기엔,
누군가 던져 놓은
동전들과
웅크린 다리 밑
천 원짜리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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