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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초등학교 졸업사진

by 미공대아빠 2023.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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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졸업사진"


산골에 살다 보면 과거에는 
곤충이 너무 많았다.  
곤충도 자연 속 일부로 
우리와 같이 자랐다.  
특히 벌에 대한 경험은 
산골 생활을 하면 꼭 하게 된다.  
부모님은 토종벌을 많이 
기르고 계셨다.  
봄이 되면 마을은 
노란 산수유 꽃이 만발했다.  
꿀벌들은 노란 꽃가루를 
달고 부지런히 꿀을 모았다.  
가을이 지나 서리가 내릴 때면 
부모님은 꿀을 수확했다.


가난한 산골이라 당시 학교에서는 
건빵을 배식해 주었다.  
건빵은 배고픈 우리에게 
큰 선물이었다.  
어떤 때는 물에 건빵을 띄워 
불려서 물과 같이 먹으면 
배가 불렀다.  
어떤 때는 먹고 남은 건 
책보에 싸서 집으로 가져가곤 했다.  
하굣길에 큰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힘들 땐 그곳에서 쉬어 갔다.  
그럴 때면 우리에게 늘 지게를 
지고 갑자기 나타나는 형이 있었다.  
그리고 여지없이 있는 건빵을 
다 빼앗아 갔다.  
그 형은 우리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는데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산에서 땔감을 하거나 소 풀을 
먹이고 농사일도 돕는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철천지원수와 같았다.  
아끼고 아낀 건빵을 다 빼앗긴 
것이 못내 분했다.  
형이 내려올 길에 땅벌 집이 있었다.   
땅벌은 아주 고약한 벌이다.  
자기 집을 쑤셔 놓으면 
끝까지 쫓아와서 복수를 했다.  
꿀벌은 한번 쏘면 
벌침이 뽑히는데 땅벌은 
계속해서 쏠 수 있다.  
우린 땅벌 집을 오지랖게 
쑤셔놓고 내달렸다.  
뒤따라 오던 그 엉아의 건빵이 
잔뜩 든 입에서 비명과 
건빵이 터져 나왔다.  
땅벌은 엉아의 머리카락 속과 
온몸으로 공격을 확대했다.  
그리고 며칠은 형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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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가 내릴 쯤  
부모님은 꿀을 수확하셨다.  
꿀은 집안의 중요한 수입원이었다.  
옆에서 침을 꿀꺽 삼키는 나에게 
돌아온 건 한 숟가락 꿀 덩어리였다.  
온몸을 휘감는 달콤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절반을 수확하고 절반은 겨울 동안 
벌들이 먹을 만큼 남겨 두었다.  
가끔 부모님이 안 계시면 
얇고 긴 막대기로 벌통 입구를 쑤셨다.  
막대기 끝에 달라붙은 
꿀은 너무 달았다.  
그런데 꿀벌들도 필사적이었다.  
꿀이 어디까지 있는지 
밑을 보려 할 때 
꿀벌이 느닷없이 내 눈을 쏘았다.

"앗... 엄마.."

그해 졸업사진을 찍을 때였다. 

지금도 졸업사진 속에서
한쪽 눈이 부운 나의 얼굴을 
알아보는 친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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