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때였을거다.
엄마는 가끔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장에 갔다 올 때면
링거 한 병을 사 오셨다.
지금은 약국에서
팔지도 않고
병원에 가야
처방받을 수 있지만,
과거에는 약국에서
링거 수액을 팔았다.
그리고 링거 주사는
사람을 불러서 맞았다.
아버지는 막내 누나 얘기로
위암이라고 했다.
그래서 어떨 땐
식사를 많이 못 해
링거 주사를 맞아야 했다.
시골에서 간호사 할 만한
사람도 없고 딱히 도와줄
사람도 없는 터에
어느 날 아버지는
나에게 링거 주사를
놓아 달라고 하셨다.
처음엔 너무 떨려서
잘못 찔렀는지
주삿바늘 옆이 뽈록하게
부어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노동으로 굵어진
아버지의 팔뚝엔
굵은 핏줄이 선명했다.
한두 번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때부터 아버지의 링거 주사는
내가 놓아 드렸다.
고등학교 유학을 떠났지만
방학 때가 되면
어김없이 링거는
내 몫이었다.
그 후 아버지는
몇 년을 더 사셨다.
아버지는 산에서 나오는
약초도 많이 달여 드셨다.
이것저것 가르쳐 주셨는데
지금은 생각이 많이 나지 않지만
산에 가면 주변을 살피는 버릇은
나이가 들어도 남아있다.
지금 되돌아보면
우스운 얘기지만
집안 형편이 좋았었다면
난 의대나 한의대를 가지 않았을까
갑자기 그런 생각도 든다.
오늘따라
아버지 팔뚝의
선명한 핏줄이 떠오른다.
아버지와 송이버섯
산골 고향은 대부분 바위와 소나무로 삼면이 둘러싸여 있다. 그런 곳에 가을이면 한철 송이버섯이 난다. 아주 오래전 아버지가 산에 다니실 때 송이버섯은 지천이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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