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의 추억

by 미공대아빠 2023. 11. 19.
728x90
반응형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


명절 상차림에는 곶감이 필수로 올라왔다.  
가을에 감을 수확하여 껍질을 벗기고 
볕이 잘 드는 곳에 매달아 말리면 
달콤한 곶감이 된다.   
이것을 잘 보관해서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올렸다.  
아버진 양경공파 정 씨의 72대 손으로 
가난한 시골에서도 변변치 않지만 
일 년에 서너 번씩 제사를 챙겼다.  
그래서 곶감 말리는 것을 
중요한 일로 생각하셨다.   
요즘에는 감을 줄에 묶어서 말리지만, 
옛날 아버지는 가는 싸리나무를 
잘 다듬어서 열 개씩 감을 꿰어 
새끼줄로 양쪽을 끼워 
몇 개씩 매달아 말리셨다.

산골에서 늦가을에 접어들면 
제철 과일도 없고 유일하게 
따다 남겨둔 감이 높은 곳에 
대롱대롱 매달려 새 밥이 될는지 
우리가 먼저 먹을는지 다투기도 했다.   
서리를 맞은 감은 정말 맛이 좋았다.  
몇 안 남은 감을 따려고 
감나무에 오르려다 약한 감나무 가지가 
부러져서 떨어지기도 많이 떨어졌다. 

나무에 그나마 남아 있던 감도 
다 따 먹으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집에 말리는 곶감에 눈이 갔다.  
나도 몰래 아버지가 꿰어 놓은 감을 
하나 슬쩍 빼서 먹고  
빼먹은 자리를 나머지 곶감으로 
정렬해 놓았다. 
칸칸이 하나씩 빼먹다 보면 
그래도 눈에 띄지 않게  
전반적으로 괜찮은 배열이 나왔다.   
그렇게 한해 한해 나는 들키지 않고 
혼자서 맛난 곶감을 
하나씩 빼먹을 수 있었다.

반응형

그러던 어느 해 
아버지는 나보고 깎아 놓은 감을 
꼬챙이에 꿰라고 일을 주셨다.   
매년 시키지 않으시던 일을 주셨다.   
그러시면서 나에게 각 줄마다 
감 개수를 얘기해 주셨다.

"한 줄에 감 11개씩을 꿰어라,  
매년 한 줄에 1개씩은 없어지니"

....

"네..... 아부지..."

매년 설이 다가오면 
곶감을 사서 차례를 지내고 
하나 맛보면  
그 옛날의 곶감 맛이 나질 않는다.

 

728x90
반응형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처럼 일해.  (75) 2023.11.22
두발 자전거 배우기  (65) 2023.11.21
하숙집 룸메이트  (47) 2023.11.18
강 건너기 도전  (62) 2023.11.16
가지 않은 길  (57) 2023.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