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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두발 자전거 배우기

by 미공대아빠 2023.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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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 자전거"

 

초등학교 때, 여름방학이 되면 
엄마는 날 데리고  
친척이 살고 있는 장호원에 갔다.

그곳에서 과수원을 하고 있는 
친척 집에 놀러 가서 
복숭아도 먹고 나에게 
조그만 휴식을 주려고
했던 것 같다.

고향마을에 비하면 
장호원은 엄청 큰 도시로 
보였다.         
초등학교, 중학교, 심지어 
고등학교까지 있었으니 
나에겐 엄청난 도시처럼 
생각되었다.

그곳의 내 또래는 모두 다 
자전거를 타는데 익숙해 있었다.   
난 자전거가 없었으니 
배울 기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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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인가 비슷한 또래의 
친척 아이가 나한테 자전거 
배우는 것을 가르쳐 준단다.
마을 입구 느티나무에서 
자전거 배우기는 시작되었다.

뒤에서 잡아 주며 몇 번을 
넘어지기를 반복 하면서 
어느 정도 균형을 잡게 되었고
조그만 내리막도 
내려올 수 있었다.

며칠을 더 연습한 후, 
드디어 뒤에서 손을 언제 
놓았는지 모르게 
읍내를 향해 미끄러져 갔다.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길 옆으로는 
벼가 새파랗게 자라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좁은 길에 
접어들자 겁이 덜컥 나면서 
갑자기 균형을 잃고  길옆 한길 
넘는 논바닥으로 자전거와 함께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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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벼를 헤치고 
논바닥에 박히면서  
하늘이 갑자기 노랗다가 
새까매졌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변의 벼는 쓰러져 있고 
난 거의 두 얼굴의 사나이가 
되어 있었다.

자전거는 논바닥에 깊이 
박혔는지 꿈쩍도 안 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겨우 몸을 일으켜 언덕을 올라 
걸어서 동네로 되돌아갔는데 
내 모습에 얼마나
애들이 놀렸는지.
그래도 애들이 주는 
복숭아는 참 맛났다.

사람이 무엇을 처음 시작하게 
되면 이런저런 일이 있다.
처음 자전거 배우기는 
특별한 기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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