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까지 남한강과 개울을 끼고
살다 보니 물이 놀이터가 되어
자연스레 수영을 하게 되었다.
엄격히 말하자면 수영은 아니었다.
상반신은 물속의 개와 같았고
하반신은 개구리 뒷다리와 매우 흡사한
동작의 반복이었다.
그래도 물에 떠서 앞으로 나아가니,
그나마 만족했다.
남한강을 배로 건너 중학교를 다닌
나에게 여름방학 전 토요일은
신나는 날이었다.
중학교 앞에서 자취하던 친구들이
모두 강으로 돌아와 토요일 오후에
신나게 강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우리들에게 늘 도전하고 싶은
목표가 있었다.
강을 가로질러 수영해서 도착하는 것.
"야. 오늘 강 한번 건너가 보자."
용감한 한 친구가 제안을 했다.
한 친구만 남아서 친구들 가방과 옷을
가지고 배로 건너 오기로 했다.
우린 모두 팬티 바람으로 강물로
뛰어들었다. 강폭이 좁고 깊은 곳에
나루터가 있었지만 처음이라 강
건너기는 겁이 났다.
과거 배 위에서 보기에도 시퍼런 깊은
강이라 헤엄쳐 건너다 물귀신이 잡아
당기면 어쩌지, 그러다가 중간에서
다리에 쥐가 나면 내가 물귀신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겁도 덜컥 났다.
그러나 던져진 주사위다.
우린 서서히 강 중간을 향해 나아갔다.
발을 허우적거려도 느낌이 아래가 무척
깊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강 중간을 넘어서니 이제 하나 둘 격차가
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각자 죽을힘을 다해
키보다 얕은 강가에 도달해야 했다.
제일 먼저 앞서간 친구가 겨우 도달했는지
죽겠다는 듯 바위를 잡고 있었다.
나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발아래
걸리는 게 있나 싶어 바로 서는데
갑자기 물속으로 쑥 들어갔다.
그 바람에 코로 물이 들어오면서 강물을
덜컥 먹어버렸다.
무의식적으로 물 위로 솟구치며 저절로
나오는 소리,
"살려 줘!"
그리고 몇 미터는 떠내려 갔나 보다.
그리고 나에게 걸치는 바위의 느낌을
느끼며 난 살았구나 느낌이 들었다.
물속 바위에 의지해서 얼마나
구역질을 했는지.
그 이후로 난 강을 엄청 자주 편하게
건너 다녔다.
한번 경험한 이후로는 두려움보다
자신감이 생겨서인지,
중간에 배 형 비슷하게 배를 하늘로
하고 손과 팔을 역시 개구리처럼 몸을
물에 맡기고 두둥실 하늘과 구름을
보면서.
그러다 강가에 가까워진 것도 모르고
바위와 머리가 꽈 당!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의 추억 (68) | 2023.11.19 |
---|---|
하숙집 룸메이트 (47) | 2023.11.18 |
가지 않은 길 (57) | 2023.11.15 |
단짝친구가 준 점심 도시락 (52) | 2023.11.14 |
엄마가 남긴 마지막 말 (46) | 2023.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