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처음에는 어리숙해 보이는
친구가 단짝이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집이 잘 살지도
못 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조용히 학교를 다녔습니다.
난, 고향을 떠나 청주로 온 후
하숙 생활을 접고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하는 자취생활이라
밥 하는 거조차 어설펐습니다.
그래서 도시락은 늘 부실했습니다.
고교 시절 점심 도시락은
대부분 점심 전 쉬는 시간에
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공부하면서 열량이 부족하고
성장하던 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남학생들만 있는
학교의 특징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친구는 점심시간 말없이
조그만 도시락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이거...
엄마가 너 주라고 싸 준 도시락인데...."
도시락에는 정성이 들어간
햄과 밥이 있었고,
"이거 김치는 따로 싸 주셨어"
김치를 중간에 놓고
친구가 준 도시락을
맛나게도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호의는 1년간
수시로 계속되었습니다.
졸업하던 날,
난 친구와 친구 엄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도시락
을 싸 주셔서 감사하다고.
친구 엄마는 깜짝 놀라면서,
"어.... 난, 아들이 학교 가면
하도 배가 고프다고 해서.....
두 개 싸달라고 해서 그런 건데....."
그 후로 친구와 나는
다른 길을 걸으며
30년이 넘게 보지 못했습니다.
요즘 갑자기 추워지고 있는 이때에
문득 그 친구와 도시락이 생각날 때면
가슴이 따뜻해 옴을 느낍니다.
친구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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