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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엄마가 남긴 마지막 말

by 미공대아빠 2023.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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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유년 시절은
너무 행복했지만
정든 고향을 등지고
멀리 공부하러  떠나는
자식 걱정은 숨기고
엄마는 잘하라는
말 한마디
남겨 주셨습니다.

엄마는 몇 해 전부터
얼굴과 몸이
조금 부으셨는데
이렇게 밥 잘 먹고
소화 잘 되는데,
방귀도 뿡뿡
잘 나오는데,
살이 찐 거라
병원에 안 가도
된다고 황소고집을
부리셨습니다.

1학년을 마칠 즘
담임 선생님이
엄마가 병원에 계시니
가보라고 하셔서
부랴부랴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도착한 병실에
엄마는 그 옛날 야윈 얼굴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본 엄마를 안고
서러워 통곡하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울지 마라
세상 살다 보면
울 일이 더 많다"라며
다시 공부하러 가라고
등을 떠밀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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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불과 며칠이 안 돼서
담임 선생님이 또 부르시며
다시 병원에 가보라고 하셔서
어린 생각에 조금 안 좋아지셨나
생각되어 다시 버스 몇 번 갈아
타고 가는 버스 안에서 
부모님 고향 아저씨를 만나 
반갑게 인사하는데 그제야
엄마의 임종을 들었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버스 안의
한 시간 동안 눈물 이외에는
아무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울지 마라.
세상 살다 보면
울 일이 더 많다."던
엄마의 말은
유언 아닌 유언이 되었습니다.

엄마의 유언이 오늘따라
유달리 가슴을 조여옵니다,
이제 이렇게 말해 줄 수 있는데,
내 옆에 있으면 대답해 주고 싶은데,

'세상 살다 보니
정말 울 일 많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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