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의 겨울은 일찍 시작된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어느새 서리가 내리고
금방 추위가 몰려온다.
초겨울 초등학교를 다니느라
아이들은 고생을 많이 한다.
점점 추워지면 교실에서는
난로를 피우기 시작한다.
학교에는 조개탄을 태우는데
불이 붙기까지
솔방울이나 장작을 태우고
그 위에 조개탄을 올렸다.
늦가을이 되면
아이들은 오후 시간에
뒷산에 올라
솔방울을 주워오기도 하고
집에서 장작을 조금 가져오는 것이
숙제이기도 했다.
그렇게 준비된 연료로
겨울방학 이전까지,
그리고 겨울방학이 끝나고
봄추위가 가실 때까지 사용했다.
그런데
교실에 난로가 피워지기 시작하면
돌아가면서 밥 당번이 정해졌다.
당시의 도시락은
네모난 노란 양은 도시락이 대부분이었다.
동그란 난로 위에 도시락을 올려놓으면
몇 칸이 올라간다.
밥 당번은 수시로 위아래를 바꾸어 주어
차가운 도시락이 잘 데워지도록 했다.
아이들은 난로 위에
도시락을 올릴 시기가 되면
맛난 도시락을 먹기 위해
바닥에는 김치를 깔고
그 위에 고추장을 올리고
참기름 한 방울,
더하면 참깨를 조금 넣고
밥을 올려 도시락을 많이 싸 왔다.
그래서 학교 오는 길에
책 보에 김치 국물이 묻기도 했다.
조개탄이 훨훨 타오를 때
화력은 대단해서
밥 당번이 도시락을 제대로
돌리지 않으면
밑에 깔린 도시락이
타기 다반사였다.
난로에 가까이 있는 아이가
냄새가 나면
밥 당번을 혼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밑바닥에서 엄청 달아오른
도시락 하나를 맨 위로 올리자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도시락 뚜껑과 속에 있는
내용물들이 상하좌우로 튀어 올랐다.
교실 천장과 바닥에는
빨간 김치 국물과 함께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선생님이 엄청 화를 내시며
"어떤 놈이 도시락을
꽉 채워 담은 거야?"
그런 선생님 흰머리에도
빨간 국물이 튀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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