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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감자 삶은 아내

by 미공대아빠 2023.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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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감자를 삶고 있다.
뚜껑에서 나오는 
아련한 김 냄새가 
어느새 내 코를 자극한다.

가난한 어린 시절 감자는
간식이 아닌 주식이었고 
꽁보리밥에 감자는
아주아주 친한 사이였다.

그런데
감자는 꽁보리밥에 밀려
늘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다
결국 마지못해
입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눈이 수북이 쌓이는 겨울이면
솥단지에서 뿜어 나오는
김 냄새를 뒤로하고
텃밭에 묻어 놓은
시원한 김치를 꺼내
분이 나는 뜨거운 감자와
같이 먹으며
배고픔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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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아내가 어깨를 툭 친다.

"뭐 해, 멍하니?"
"감자가 분이 나네."
"김치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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