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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산수유처럼

by 미공대아빠 2023.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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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나무


제천에서도 한참을 들어가는 
산골마을 고향은 
산수유나무가 잘 자랐다. 
그래서 
고향 생각할 때면 
산수유가 늘 떠오르곤 한다. 
입춘도 지나 이제 
산수유 노란 꽃을 
볼 날이 멀지 않았다.  
오래전, 
시골집은 산수유나무로 
둘러싸여서  봄이면 
꽃과 벌들의 잔칫집 같았다.

엄마는 늦가을 
산수유 열매를 따서 
겨우내 씨를 발라 말려서 팔았다.  
겨울 소출이 없으니 
소액이라도 가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이 산수유 씨를 발라내는 일은 
기계로 할 수가 없을 만큼 
씨와 껍질이 단단히 붙어 있다. 
그래서, 
물에 불려서 까기도 하는데 
그래도 손톱을 이용해야 했다. 
겨우내 작업을 하다 보면 
손톱이 달아 아플 때도 있었다. 
엄마는 이렇게 깐 산수유를 
시내 장이 열릴 때 팔아 
고무 털신이나 
일용품을 사 오셨다. 
그렇게 엄마는 자식을 키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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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어김없이 
산수유는 꽃을 피우며 
화려하게 데뷔하고 
여름내 짙은 녹음에 숨었다가 
가을 단풍 향연에 동참한다. 
그리고, 
남들 다 낙엽 떨구고 
열매 떨구는 겨울이 오면, 
빨간 산수유 열매를 달고 
보란 듯이 강인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마치 울 엄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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