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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버지와 송이버섯

by 미공대아빠 2023.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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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송이버섯

 

산골 고향은 대부분 바위와 소나무로 

삼면이 둘러싸여 있다.  

그런 곳에 가을이면

한철 송이버섯이 난다.


아주 오래전

아버지가 산에 다니실 때

송이버섯은 지천이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송이버섯은

아버지 독무대였다.


물론 오래전에는

판로도 없어서 집에서

호박에 넣어 찌개도 해 먹고,

그냥 고추장에 생으로 찍어 먹기도 했다.
솔향기 나는 송이버섯을

참 많이도 먹었다.   

 

그런데,

점차 사람들이 송이버섯을

채취하기 시작하면서 
아버지가 알던 송이밭은

점차  다른 사람들도 드나들게 되었다.  
나이가 많으신 아버지는

동네에서 그래도 송이밭을

제일 많이 알고 있어 동네가 공동으로

송이버섯을 
따더라도 한편에서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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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채취가 있기 전에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송이버섯을

따서 팔 수가 있었는데

아버지는 가끔 졸라대는 나를

마지못해 데리고 산에 갈 때가 있었다.
한참을 오르던 산 중턱에서

아버지는 내게 사탕을 하나 주시며

잠시 쉬라고 했다.
그리고, 어디론가 사라지셨다가

오셨는데 손에는

이 몇 개가 쥐어져 있었다.
옛말에 송이밭은 아들에게도

안 물려준다고 했듯이

매우 귀하게 여겼다.


몇 해를 그렇게 다녀도 아버지는

송이밭을 알려주시지 않았다.

내가 혹여 송이밭을 망가뜨리지나 않을까

걱정해서 그러셨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비단 송이밭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농사일도 잘하셨고,

벌도 잘 키우셨는데

나에겐  아버지의 뛰어난 
스킬을 알려 주시지 않고

허드렛일만 시키셨다.

 

그런데, 아버지의 생각은 

내가 중학교를 마치고 

청주로 유학을 떠나기 전에 한 

말씀에서 나타났다.

"니는 내처럼 땅꾼이 돼선 안된다. 

대를 이어 땅꾼이 돼선 안된다."

"알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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