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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산골 마을에 설날이 되면
어느 곳이나 그렇듯이 차례를 지냈다.
각 지역마다 특징이 있지만
산골 마을의 떡국에는 만두도 들어갔다.
그래서 설 전에 만두를 만드느라
다들 손을 보탰다.
만두피를 만들고 동그랗게 그릇으로
찍어서 모양을 내면 만두 속을 넣고
각자 모양을 내는 것도 재미의 하나였다.
그리고 만두의 크기도 어른 손바닥만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떡국에는 사실상
떡은 조금이고 만두만 엄청 큰 게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 떡국을 먹을 때면 떡은
아껴 먹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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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먹고 나면
조금 지나 부모님은 동네 어른 순서대로
세배를 하라고 나를 보내셨다.
제일 나이 많은 어르신부터
세배를 하러 방문하면 100원씩 주셨다.
그리고 나오는 게 떡국이었다.
"xx야 떡국 한 그릇 먹고 가니라."
어른들이 주는 떡국은 사양을 못했다.
양도 많고 집에서처럼 어른 손바닥만 한
만두도 많았다.
또 다음 집에 들러 세배를 해도
역시 100원에 떡국 한 그릇.....,
한나절이 지난 후에야 겨우 집으로
돌아왔는데 배는 터질 것 같고
너무 힘들어서 뒷간도 자주 가야 했다.
저녁때 엄마는 솥뚜껑이 들썩거리며
김이 나는 무언가를 한 솥 끓이고 계셨다.
"엄니, 뭐래 유?"
....
"떡국, 네가 만든 만두도 많이 들어갔다."
....
세월이 많이 지난 오늘에도 만두 듬뿍
들어간 그 떡국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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