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고교 1학년 때 룸메이트와
겪은 일화를 들려드린 적이 있다.
그 후의 일어난 일들을 들려드리고
싶다. 나와 1년을 같이 하숙하고
난 부모님의 만류에도 자취방으로
옮겼다. 시골의 사정을 뻔히 아는
한 자취를 하면 조금이라도 비용을
덜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난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취방을 얻었다.
친구는 다소 집안 사정이 좋아 그대로
하숙집에 남았다.
친구는 갑자기 경쟁자가 없어져서
동력을 잃었는지 학교에서 볼 때면
기운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나를 보면 "너 자취방에
놀러 가면 안 되니?"라며 많이
외로워했다.
그래서 주말이면 자취방에 매번 놀러
와서 돈 내는 하숙 밥은 안 먹고
내가 해준 라면이 맛있다면 먹고는
뒤편에 있는 대학농구장에 가서
농구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그 친구는 어릴 때부터 농구를 참
잘했다. 덕분에 나도 농구에 재미를
붙여서 오히려 주말에는 친구를
기다리기도 했다.
그럭저럭 고3을 지나 난 서울로
올라왔고 친구는 합격한 대학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재수를 한다고
하면서 일단 시골 중학교 앞 자기
집으로 간다고 했다.
그리고 난 시간을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냈고 사회 진출하고 차를
사고 나서야 겨우 시골 친구 집을
찾을 기회가 생겼다.
그 이후로 친구가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과거 중학교 앞 문방구 집 그대로였다.
스르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친구 어머니가 나오셨다.
그리고 인사를 하니 금방 알아보셨다.
"어머니, 안녕하셨어요. 저 xx예요"
"그래, 잘 있었냐?"
"네, 근데, 친구는 어디 있어요?"
".......... 그게"
어머니는 말을 잇지 못했다.
친구는 삼수를 한 후에도 대학이
마음에 안 든다고 군대를 갔고
군대에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는지
우울증이 왔다고 한다.
군 복무도 마치지 못하고 집으로
왔는데 아직까지도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못해 어머니는 뒷방으로
가보라고 했다.
난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문방구를
나와 뒤쪽으로 가 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친구는 나를 알아보는지.
"나, xx야. 친구야, 나 기억나?"
"어 너 xx 아니냐? 반갑다."
(순간, 난 친구가 멀쩡하게 정신이
돌아왔는 줄 알았다.)
잠시 후,
"xx 친구야, 우리 농구하러 가자!"
그 후 난 다시 친구를 찾아가질 못했다.
보면 너무 가슴 아플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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