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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장모님과 두릅

by 미공대아빠 2024.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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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


장모님과 난, 이 세상에서 22년의

인연으로 살았다.  

그날이 공교롭게도 내 생일날이었다. 
싱가포르에서 살 때 위급한 상황을 

전해 듣고 한국행 비행기를 막 타려고

할 때 처제가 장모님의 부고를 알려왔다. 
집사람과 난 게이트에서 통곡을 했다.

난, 엄마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는 대학교 1학년 때 하늘나라로

가셨다.  외로운 학창 시절이 끝나고

사회에 나와 얼마 되지 않아 집사람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
그리고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내 부모가 

되어 주었다.

장인어른과 취미가 다른 장모님은 산을
좋아하셨다. 나도 산을 좋아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산으로 들로 바람

쐬러 다녔다. 
특히 봄이 되고 산나물이 나기 시작

하면 거의 매주 산으로 향했다. 
가평 산속, 강원도 산속을 다니며
취나물, 더덕, 두릅, 고사리를 꺾어와
반찬도 해 먹고 조기에 고사리 넣어
지져 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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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4월 중순이 조금 넘었을 무렵일

거다.  전날 전화를 주셨다.
"아무래도 두릅이 벌써 올라왔지

않았을까? 한번 가 볼랑가?"
우리 두 사람은 새벽같이 가평에 작년에

찜해둔 곳으로 향했다.

새벽이라 좀 쌀쌀하긴 했어도 산을

오르면서 이내 온도가 올라왔다.
산 입구에서부터 두릅나무 한두 개에
올라온 두릅을 보면 이곳은 아무도 오지

않은 곳이라 직감했다. 
산 중턱에까지 오르자 장모와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그 중턱 기슭으로 딱 먹기

좋은 두릅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 둘은 신났다.
가져간 배낭 두 개를 꽉 채우고도
욕심이 나 겉 옷을 벗어 거기도 채우고
나중에는 어디 가져갈 때가 없었다.

그해 이후 매년 그곳을 방문했는데
사람들이 알았는지 때를 맞추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먹을 건 꺾어 왔으니
두릅 철이 되면 장모님이 먼저 전화를

주셔서 나올 때가 되었지 않냐고 가

보자는 우회적인 말씀을 하셨는데 나의 

대답은 항상 '가 보시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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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는 두릅을

꺾으러 가질 않았다.

혼자 다니기 재미도 없고 그냥 시장에서

사서 맛만 보는 정도였다. 
그래도 매년 철이 되면 생각이 난다.

어제 김포에 있는 카페에 들렀다가 밖에

두릅이 올라온 것을 봤다.
벌써 이렇게 철이 되었나 생각해 보니
'4월 중순이네. 거기에도 두릅이 
삐죽삐죽 올라왔겠네.'

곧 전화가 올 것만 같다.

'x 서방, 지금 두릅이 나올 때가 안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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