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모임이나 조직이 새해를 지나면서
단합도 하고 올 한 해도 힘차게
출발하자는 뜻으로 등산을 많이 한다.
우리 회사에서도 매년 행사를 하는데
올해는 강화 마니산을 가기로 했다.
마니산은 정상엔 참성단이 있고
예전부터 봉화를 점화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마니산 참성단까지 멀리서 보면
금방 오를 것 같지만 금세 가파른
계단길을 마주하게 된다.
다들 사무실 생활만 하다가 이런 산행은
다소 힘든 건 사실이지만 다 같이
오른다는 뜻에서 다들 힘내어 마니산
꼭대기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에 도착한
탓에 참성단은 10시가 되어야 개방돼
잠시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오늘
마니산 참성단에서 회사가 돈을 많이
벌라는 뜻에서 행사를 한다고 한다.
10시가 되어 참성단이 개방되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서 참성단 앞 사진
찍기에 모두들 발디들 틈이 없었다.
회사에서 마련한 간단한 행사는
돼지저금통을 들고 다 같이 사진을 찍는
행사였다. 과거에 과일과 술도 놓고
돼지머리도 놓고 해서 실제 시산제를
지냈는데 요즘은 그런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고 생각해 낸 것이 엄청
큰 돼지저금통을 잘 꾸며서 간단히 사진
찍는 행사로 축소되었다.
다들 왁자지껄 사진도 찍고 구호도
외치고 하다가 뒤에 밀려온 다른
사람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나서야
회사 사람들이 서서히 하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산을 같이하는 후배가 자신이
과거에도 여기에 왔다고 했다.
그때가 사원이었고 막내였기에 상사가
돼지머리를 배낭에 넣어 참성단까지
올라가라고 했단다. 어찌나 무거운지
속으로 욕이 다 나왔다고 한다.
상사도 좀 그런지 올라가면서 시산제를
지내면 돼지머리도 썰어서 나누어
먹으니 내려갈 땐 괜찮다고 해 그나마
힘을 냈다고 한다.
참성단 아래에서 시산제를 마칠 즈음
하필 그때 다른 단체가 자기들 시산제를
하려 기다리고 있어서 음식 먹는 것은
내려가서 먹자고 하는 바람에 다시 그
무거운 돼지머리를 배낭에 넣어 내려오게
되었다고 한다.
상사도 미안했는지 후다닥 멀리 내려가
버리고 화가 난 후배는 돼지머리가 든
배낭을 비탈길에서 던져 버리니 저 멀리
아래까지 굴러가는 모습에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고 한다.
후배 왈
"돼지머리를 돼지저금통으로 바꾼 건
정말 잘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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