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날 아내가 오곡밥을
준비했다. 지금은 그런 날이구나
하고 오곡밥 한번 먹고 지나가지만
예전에 정월대보름은 참 재미있는
일도 많았고 아이들에겐 정말로
즐거운 날이었다.
산골마을에 정월 대보름이 가까워 오면
아이들은 불놀이를 많이 한다.
깡통 옆구리와 바닥에 못으로
구멍을 숭숭 내 바람이 통하게 하고
철사로 손잡이를 길게 해서
작품을 만들었다.
그 속에는 잘 타는 소나무 옹이나
죽은 소나무 뿌리를 찾다 보면
옹이와 같이 잘 타는 소재를 찾아
마른 솔잎을 깔고 나무를 넣고
불을 붙여 깡통을 돌리면
불이 엄청 잘 붙었다.
이것을 어두운 밤에 하면 아주 멋있는
불놀이가 되었다.
불구경과 물 구경은 아무리 봐도
좋다고 했던가?
아이들은 불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런 깡통 돌리기를 하는데 잘못하면
산불이 나기도 해서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는 자재를 해야 했다.
그런데 그걸 못 참는 아이들이 있어
종종 마을에 연기가 치솟곤 했다.
어느 날 친구들과 불놀이를 하던 때였다.
한밤중이 되면 깡통 속에 나무가 다 타고
뻘건 알불이 남는데 이것을 하늘 높이
던지면 내려오면서 퍼지는 불꽃이
예술이었다. 그런 재미로 다들 마지막을
장식하려고 했다.
나도 또한 가장 멋있는 피니시를
해 볼 생각에 최적의 시간이다 싶을 때
힘껏 하늘로 향해 뻘겋게 달은 깡통과
곧 있을 하늘에서 내리는 불꽃을 상상
하며 힘껏 던졌다.
.....
그런데, 뭣이 눈에 번쩍하면서
순간 아찔했다.
던지는 순간 손잡이를 묵은 철사에
그만 소매가 걸리고 말았다.
'헉,........'
그날, ' 머리카락도 타고 옷도 여러
군데 구멍 나고.
근데 엄마에게 뭐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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