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미공대아빠
2024. 7.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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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무더운 여름이면 꾀나 큰
시냇물 웅덩이에 멱을 감으며
더위를 식히곤 했다.
그런데 자기네 집 살구를 따서
가지고 와 물속에 던져 놓고
물놀이하다가 먹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아버지는 트럭을 몰고
다니며 집집마다 고추를 사들여
도매를 해서 돈을 좀 벌었다.
그래서 시골 생활 치고는 좀 부유했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네 집은
살구나무에 살구가 가지가 찢어지듯
달렸고 마당 단상옆에 자라는 커다란
포도나무가 여름에는 그늘과 가을엔
머리통만 한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열렸다.
그런데 그 많은 살구도 머리통만 한
포도도 나누어 먹는 일이 없었다.
물장구를 치며 던져 놓은 살구를
물속에 감추고 또 잠수했다가 꺼내고
그러다 주지도 않고서는 혼자서
후딱 먹어버렸다.
중학교를 마치고 시골을 떠나 먼
청주로 유학을 갔는데 우연히도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어릴 적 자랄 때는 욕심도 많고
시기심도 많았지만 그래도 먼
타향에서 외롭게 공부하는 탓에 서로
많이 의지하며 고교시절을 보냈다.
그 친구도 마음을 많이 열어 주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서로 다른 길을
갔고 취업을 하면서 친구가 궁금해서
찾아간 그곳에는 친구 부모님의
마른 얼굴과 엉뚱한 말을 하며
중얼거리는 그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살구도 포도도 안 줘도 좋으니
제발 다시 건강하게 돌아와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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